교통카드, 도대체 웬 불이익?

얼마 전부터 버스 안에서 이 딱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M_ 자세히 보면 이런 내용이다. | 자세히 보면 이런 내용이다. |

워리는 이 문구가 이해가 안 갔다. 바로 얼마전만 해도 내릴 때 입구가 혼잡하다는 이유만으로 내리기 전에 미리 카드 찍으라고 하는 문구를 봤기 때문이다. 그 문구를 찍으려고 보니 이미 없어졌다. 모순이 뭔지는 알고 있었나보다.

워리의 머리를 계속 휘저은 것은 저 단어다.

‘불이익’.

도대체 왜 서울시 교통과는 불이익이란 단어를 좋아할까? 이래도 불이익. 저래도 불이익이다. 교통카드 2장 이상 넣고 다니면 에러나니까 1장 넣고 다니라고 했단다. 2장 때 불이익 받는댄다. 환승시 내릴 때 안찍고 내리면 우야든둥 불이익을 받는댄다. 이건 협박 수준이다.

왜 시민이 불이익을 감수해야하는가?

교통카드는 2장 이상을 넣고 다녀야 한다. 로또 파는 데는 오십 보 안에 반드시 있고 은행에서도 판다. 하지만 교통카드 충전소는 이백보 안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하철이 있다지만 지하철 없는 곳이 더 많다. 한 밤중이나 연휴때 충전소를 찾는 것은 불가능이다.

환승하고 내릴 때 찍으라는데, 사람이 개떼같이 밀려서 못 찍을 수 있다. 기계가 오류나서 못 찍을 수도 있다. (기계 오류나는데 계속 찍다가 운전수에게 신발년 욕까지 된통 얻어먹은 적 있다. 그런 정신적 피해보상은?) 기계는 환승이라고 했는데 나는 30분 이내로 탄 줄 모르고 내릴 때 깜박할 수도 있다. (지하철->버스로 환승할 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내릴 때 못 찍은 사람을 구제해줄 방법은 하나도 없이 무조건 ‘불이익’을 감수하래는 거다. 이게 시민의 발을 가지고 만든 제도냐?

사람들이 내릴 때 찍지 않는 상당수 이유는 간단하다. 내릴 때 찍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넘어지기 딱이다. 아기 엄마를 가정해보자. 애기 업거나 안거나 걸고. 그리고 애기 짐 들고, 자기 짐 들고. 버스카드 꺼내서 찍고. 그리고 도로 지갑에 넣고 애기 데리고 내리고. …. 이게 진기명기 재주넘기지 교통이용인가? 게다가 날씨 뽀송뽀송한 날만 버스 타나? 아니다. 추운날도 있고 비오는 날도 있다. 어쩌란 건가? 나이든 분은? 지팡이 짚고 서 있기도 힘든 분들한테 그런 가혹한 일을 내맡기고선 그냥 불이익 감수하라는 거다. 굳이 카드 꺼내야 하냐,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겠으나, 카드 꺼내야 할 일이 다반사다. 기존 시스템에선 충분히 인식되던 지갑인데 현재에는 잘 듣지 않는 현상,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으리라 본다. 정말로 지금 버스 시스템 인식기는 기존보다 훨씬 감도가 떨어진다.

이제 핵심. 이 불이익이 말이 안된다. 도대체 무슨 불이익? 미리 찍는 게 부정승차란 건데. 내리는 거리를 짧게 하려고 미리 찍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근데 미리 찍는 사람들이 다 거리 짧게 하려고 미리 찍는건가? 그리고 부정승차인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다는 건가?

  • 부정승차의 개념이 뭘까? 서울시 버스 홈페이지 뒤졌는데 안 나온다.
  • 내릴 때 찍으나 미리 찍으나 값이 똑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그런 사람도 미리 찍으면 부정승차인가?
  • 부정승차인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내리기 한 참 전에 찍었다는 것을 무엇으로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 위의 ‘증명’을 하는데 시민을 소환할 법적 구속력은 있는가? 서울시가 만든 버스시스템은 ‘법’인가? ‘규칙’인가? ‘조례’인가? 아니면 그냥 ‘권고사항’일 뿐인가? 강제력이 어디까지인가?
  • 서울시는 시민의 불이익에 대해서 얼마나 빠르게 대처하는가? 시민이 받을 불이익은 무시하고 서울시가 받는 불이익에는 왜 이리 빨리 대처하는가?

… 정말이지 지랄염병이 하늘을 찌른다고밖에. 그리고 저 협박문이 두려워서 혹시 미리 못 찍는 분이 있다면 드릴 말씀. 안심하고 미리 찍으시라. 본인이 거리 계산해보니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시면 안심하고 미리 찍으시라. 워리도 그런다. 내릴 때 안심하고 편하게 내리고 싶다. 솔직히 뭐가 부정승차인 것인지 서울시가 규정한 적도 없다. 내릴 때 반드시 찍어야한다는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본인이 증명할 이유도 없다. 특히 선불카드 경우는 자기가 내린 곳을 확인하려면 서울시 교통과로 찾아가서 내 정보 공개해도 된다는 문서에 반드시 내가 서명을 하고 난리개박살을 쳐야만 볼 수 있다. 그리고 후불카드라고 해도 내 정보를 교통과에 공개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내가 어디서 내리는지 증명할 측은 서울시이지 내가 아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내가 먼저 찍지 않고 저 말 따르다가 버스 안에서 사고를 당해도 서울시는 책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버스카드 찍으려다 넘어졌다 골절상 입었다는 글 몇 개 봤는데, 서울시에서 치료비를 부담하겠다는 답신을 본 적 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시민의 몸을 돌보지 않는 시의 정책에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은 정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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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1. 저도 저 문구 봤습니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서 뭐라 말도 못하겠고.

    교통요금 또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지 모르겠네요.

  2. 저는 저런 문구를 아직 본적은 없지만 친구들과 버스를 탔는데 한 친구가 전에 내릴때 카드를 안찍었는데 에러났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짐을 좌석에 놓고서 다시 찍으려고 했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괜히 돈 안내려고 다른 카드로 찍으려고 했다고 막 그러셔서 몇분간 저희 사이에 실갱이가… -_-;;;;

  3. 보면서 미리 찍으면 ‘이익’이 되는 걸 광고하고, 장려하는 문구 인줄 알았죠. 나만의 생각인가…

  4. 이젠 시민을 범죄자 취급하는군요. 우리가 알아서 좋은 걸 해주었으니 니넨 고맙게 생각하고 그냥 따라만 해라,라는 의식 정말 소름끼쳐요. 저에게 2004 최고의 재난은 ‘버스타기’였어요. 2004 최악의 인물은 단연 명박이고요.

  5. 널리/ 10월달에 올린다고 하다가 안 올렸어요. 아마 2월이나 3월에 파란버스부터 올릴 거 같아요. 파란버스가 지금 ‘잠정적으로만’ 초록버스와 같은 요금을 받는거거든요.
    피아/ 싸우세요! 운전수가 운전에만 신경써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말쓰걸/ 맞아요! 시민을 우습게 아는 거에요.
    밍마마! 널리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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