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잡지] 한류를 살리려면 나라와 민족을 포기하고 작품성에 매달려라

2000년대 초반 한국문화계는 침체기를 맞이하면서 유례없이 폐쇄적이고 편파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 일부의 성공만이 드러나고 대부분의 실패는 은폐된다. 국내 드라마 경우 수급상태부터 지상파 방송국 3개사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며 드라마만 비대하게 편성되어있다. 드라마만 편식하는데 문화라는 몸의 건강이 좋아질 리 없다. KBS가 <겨울연가> 재방송을 하기 위해 40년 전통을 쌓아온 ‘토요명화’를 폐지하는 것은 일례일 뿐이다. 성공의 결과만 있을 뿐 원인 분석은 없다. 동아시아의 현재 위치가 어떻길래 한국 드라마가 인기있는지 파악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문화 정보는 북한을 능가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헐리우드 대작 영화 몇 편 이외에는 외국의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한다.

아시아 팝 문화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의 팝 문화는 근본적으로 미국 및 유럽의 복제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성공한 스타일이 재수입되는 것이다. 지금 현상에 머무른다면 복제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시 퇴보한다. 민족과 국가에 의존하는 마케팅 전략은 민족과 국가에 발목이 잡히게 되어있다. 문화상품 자체로서 밀고 나가야 한다. 친인척관계의 조직문화가 한 세대 이상을 갈 수 없듯이, 지역성과 민족혈연을 강조하는 문화상품정책은 지역과 민족을 뛰어넘지 못한다. 한국 드라마가 수출된 것은 그 드라마를 제작한 회사의 성공이지 나라의 성공이 아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에서 상을 받거나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 ‘우리영화’로 둔갑을 하는 것은 자기폐쇄성을 강조할 뿐이다.

한국의 문화상품을 키우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간다. 한류를 지속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양질의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먼저이다. 제작회사 뿐만 아니라 실제 제작을 하는 현장인에게 이윤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 일을 하면서 먹고 살만하게 해 줘야 한다. 한국 영화계뿐만 아니라 드라마, 음악 등 모든 문화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한국 영화계의 스탭은 연봉이 300만원대이다. 굶어가면서 몸을 바쳐서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대작을 만들었다. 또 굶어가면서 만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특정 스타가 아니라 스탭을 먹이고 키우면서 작품을 만들어야만 한다. 작곡가의 저작권을 침탈하며 회사에만 이윤을 돌리는 악덕회사에서 표절이나 야바위가 아닌 양질의 문화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탭을 먹이고 일구지 않는 한국에서 표절에 준하는 모방이 심하다 못해 일반적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경영법은 폐쇄적인 국내에서 가능한 일이다. 해외에서는 불가능하다.

드라마 및 영화 제작면에서 전체 제작비를 크게 하고 너른 배급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동아시아만큼 좋은 무대가 없다. 동아시아권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인구수로도 부족함이 없다. 동남아 국가가 문화시장을 연합한다면 사전제작비 조달 면이나 새로운 판매창구 창출 등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비견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언어 문제와 문화문제를 먼저 교류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 문화교류는 아시아의 시장성을 파악하고 아시아를 이해하고 아우르는 기획성과 직결된다. 사전에 문화교류가 없다면 편파적인 작품을 만들게 된다.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나오는 전형적이고 편파적인 중국인과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나오는 편파적인 한국인은 문화교류 부재라는 면에서 똑같다. 한국인이 외국 유머 대상이 되면 비난 대상인데 한국에서는 블랑카를 보며 웃을 수는 있다는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외국에서 만드는 한국인 묘사만 문제가 아니다.

동남아시아 전체를 규합한다고 해도 유럽과 미국의 초국가적 문화산업체의 산업규모는 따라가기 힘들다. 그 점에서 무기는 오직 하나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부터 제대로 된 제작여건과 공급여건을 갖춰 양질의 작품을 내놓아야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전략은 제작단가만을 상승시키고 작품 질을 떨어뜨린다. 몰락의 시작이다. 이제 좋은 이미지는 갖췄으니 한국은 그만 강조하고 어떻게 하면 양질의 문화상품을 꾸준히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지를 강조해야 한다. 동시에 양질의 수입작품을 늘려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한다. 스타가 아닌 실제 스탭의 복지혜택을 늘려야 한다.

한류성공에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은 한국 문화 내부에 있다. 지나친 정보 폐쇄성과 편파성은 한국인을 눈멀게 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허풍에 취해버리면 한류는 사라지고 만다. 타산지석이다. 홍콩열풍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아야 한다. 지금 인기가 있다고 해서 그 영광에 취해 우리만 우월하다는 의식을 조장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악덕이다. 정치적으로 대동아경영권을 주장하던 일본이 왜 문제였는지 상기하면 된다. 한류가 문화적인 대동아경영권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조절해야 한다. 한류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을 빼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작품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진정으로 한류를 지속하는 것이다.

2005/01 경향잡지

3 Responses

  1. hey, do you watch LOST? It’s a lot like X-Files and has Terry O’Quinn in it. love your XF drawings– maybe you’ll draw some LOST ones?

  2. Of course, I’m waiting every Saterday afternoon(Korean air time is 1:00 pm on Sat.) for Lost. There are two episodes left in Korea. :) I like Kate.
    It’s too hard to draw Lost cartoon. (I failed…) There are so many people and circumstances change in every 10 minutes. :( But please know I’m still trying. :)

  3. 오~ 진짜? 진짜?
    마지막회가 아주 허망하게 끝나긴 하지만 아마도 그려보고 싶은 맘이 나지 않을까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