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맨> 여자주인공의 진짜 비극

미스란디르님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다가 ‘지상 최강의 남자 류( http://septnov.egloos.com/111176/ )’ 이야기를 봤다. 환장하게 웃겼다… 마지막 장면만 어디선가 봤는데, 그게 이거였구나!

그런데 엉뚱하게도 웃고 나서 한 가지 거시기한 게 있었다. 류 이야기를 하며 잠깐 나오는 <데빌맨> 이야기. 바로 그거였다.

(<데빌맨>의 엄청난 스포일러 있습니다. 내용 다 나옵니다. 그 외 <햄릿>, <골드핑거>, <리썰웨폰 2>, <아키라>, <멜로즈 플레이스>, <엑스파일>, <엘리어스>, <데어데블> 등의 내용언급이 있습니다)

[#M_ more.. | less.. |
“그 옛날, 주간 소년 매거진은 굉장한 잡지였습니다. ..(중략) 인육을 먹는 만화를 실어 회수 소동을 일으키거나, 데빌맨에서 히로인이 효수가 되거나 쿠시마 마사미에게 세인트 머슬을 연재시키는 등…”

나로서는 왜 히로인이 효수가 당하는 것이 신기하거나 굉장한 일인지 모르겠다. 자고로 히로인이 비명횡사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부터 겨우(?) 아버지가 애인 손에 죽었다고 여자 주인공이 느닷없이 미쳐버리지를 않나 (나는 순전히 햄릿이 직접 오필리아를 죽이는 건 이미지가 안 좋을테니 오필리아가 알아서 자살하도록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007에서 <골드핑거>라고 기억하는데, 007이랑 잤다고 악당놈이 지 애인 하나 질식사를 시켜 죽여버린다. <리썰웨폰>은? 아마도 2편이었던가? 멜 깁슨이랑 잤다고 악당놈이 애인 잔인하게 죽여버린다. 만화영화 <아키라>에서도 맹하게 생긴 ‘기집애(아무 성격도 없어서 이렇게 부름)’는 괜히 옆에서 얼쩡대다 낑겨 터져 죽는다.

자고로 여자 주인공이 옆에서 얼쩡대다 작살나는 것은 시대를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 된 전통일 뿐인데, 효수가 된 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여자 주인공 작살내기. 이야기의 비극성을 강화하면서 남자 주인공 불쌍한 놈 만들어주는 꿩먹고 알먹고 아닌가 말이다. 만화 <데어데블> 경우 애인을 엘렉트라로 바꿔주려고 먼저 애인은 마약중독자로 만들어서 (아마도 킹핀 탓이었겠지) 죽여버렸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던데.

설사 죽지 않아도 이야기 방향전환 할 거 없으면 여자 주인공만 골라 처참하게 망가뜨리는 것은 수도 없이 봐 왔다. <멜로즈 플레이스>에서 가장 먼저 막나가는 것은 – 즉 이야기 파행을 일으키는 단초는 역시 여자들이었다. <엑스파일>조차 멀더 나가니까 스컬리 임신하고 망가지는 거 봐라. 그게 크리스 카터가 한 짓이다. 애시당초 여자 주인공을 주인공 취급 안 하고 노리개 취급하면서 발차기만 잘 하니 강인하다고 착각 200% 빡돌게 하는 <엘리어스>도 있다.

나로서는 <데빌맨> 정도의 여자 주인공 죽이기는 전혀 감흥이 없다. 그게 무슨 대단한 일인 것 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망각치수가 대단하다는 것이니까. <데빌맨>의 여자 주인공이 목잘려 전시가 된 것은 정말 불쌍하다. 왜냐. 금방 다 잊어버리고 곧이어 다른 만화의 여자주인공이 더 비참하게 죽으면 그게 창의적이고 대단하다고 할 공산이 높으니까. 도대체 왜 사람들… 그렇게 수천년 반복해 온 당연한 게 보이지를 않는 걸까?

(데빌맨 그림 가져온 곳 : 이원창의 SF세상 http://brainlee.net/ )_M#]

(<지상 최강의 남자 류>를 소개해주신 無限人님에게 트랙백을 쏴야 응당 맞지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데다가 불평불만 일색이어서 일단은 보류. ;;;)

4 Responses

  1. 그 중에서도 제일 웃기는 클리셰는 ‘여자주인공이 강간당해서 자폐적이 되어 남자 주인공의 등 뒤로 숨고, 남자 주인공은 분노와 복수에 불탄다.’ 라는 거죠. 강간이라는 것 나오는 것도, 자기 애인이 당한 폭력에 남자 주인공이 분노하는 것도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왜 항상 그런 작품들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들이고 그 내용의 표현이라는 면에 있어 마찬가지인 다른 작품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는지…. 마초고 뭐고 생각하기 이전에 그 독창성 제로에 돌을 던져주고 싶어집니다. 이건 또다른 종류의 강간 판타지에요. 저런 경우 히로인들은 강간당해야 그 존재가치가 빛나죠.

  2. 저 자주 놀러와요. 단지 모르는 내용이 많아서 답글이 없을 뿐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