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엔] 이거 실화 맞고요, “컨페션”

2003년 현재 미국의 TV는 드라마를 제치고 리얼리티 쇼가 강세이다. 그리고 그 레벨도 상당히 강화되었다. 백만장자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여자들이 궁궐같은 집에 모여 테스트를 받고, 그 프로그램에서 결선까지 올라갔다 떨어진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남자들이 또다른 천국같은 집에 모여 검증을 거치고… 우리나라의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좀 더 철면피함과 뻔뻔함을 강화하면 된다. 하지만 결국 정도의 차이일 뿐, 리얼리티 쇼의 수준은 똑같다. 보는 사람이나 참가하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모두 체신머리 없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리얼리티 쇼가 등장한 것이 60년대라고 한다. 이렇게 대본 없이 즉흥으로 이끌어가는 쇼를 처음 만들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영화 <컨페션>은 리얼리티 쇼의 효시자 척 베리스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껄떡쇠로 태어나 노래도 몇 개 만들어 히트시키고, 리얼리티 쇼를 최초로 만들어 히트시킨 방송국 PD이다. 그런데? 세상에, 자신은 CIA의 비밀요원으로서 사람을 서른 세명이나 죽였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보통 감독이지만, <컨페션>은 아무래도 감독 조지 클루니보다는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영향력이 짙게 드리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뎁테이션>으로 알려진 찰리 카우프만은 <컨페션>의 자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현실 속에 멀쩡하게 들어간 환상. 이것은 찰리 카우프만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하지만 각본가의 머리가 너무 좋다보니 좀 얄미운 것은 단점에 해당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척 베리스는 자서전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조지 클루니와 찰리 카우프만은? 둘은 천연덕스럽게 ‘그 인간이 그러더라’라고 하며 위험한 줄타기를 하면서도 척 베리스의 인생을 호락호락하게 웃어넘길 수 없게 만든다. 리얼리티 쇼는 부담을 버리고 웃을 수 있지만 <컨페션>을 보며 부담없이 웃는 것은 불가능하다. 웃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엄청난 부담감이 쫓아온다. 사람이 서른 셋이나 생으로 죽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천만에. 쇼에 모든 것을 팔아버리면 죽고 사는 것도 오락이 된다. <컨페션>은 어찌보면 <존 말코비치 되기 2>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 정도이다. 한 사람이 우연치 않게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지 않은가?

찰리 카우프만과 조지 클루니는 환상과 현실이 복잡하게 얽힌 이 영화 안에서 ‘리얼리티’의 속성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리얼리티 쇼라고 하지만, 이 리얼리티란 어짜피 가짜이다.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 한 번 서보기만 하면 원이 없다는 – 대책없이 망가져도 된다는 객기일 뿐, ‘진짜’가 아니다. 척 베리스의 자서전도 기실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쓴 책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는데 크게 도움은 안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두 개.

1. 주연인 샘 록웰과 드류 베리모어는 <미녀 삼총사> 1편에서 악당과 탐정으로 나왔다. 거기서도 물론 ‘썸씽’이 있는 역할이었다.

2. 영화 초반부에 NBC 견학장면을 잘 들어보면 감독 조지 클루니의 고모 로즈마리 클루니를 늘어지게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