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어제, 번갯불에 콩궈먹듯 <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 보고 싶어서 충무로가서 훌떡 보고 돌아왔습니다. 바보에요. 바로 옆에 영상카메라 있는데 거기 카메라 가져가서 CCD 청소 해야하는데 ;; OTL

뉴욕을 지키는 수퍼 히어로 ‘G걸’ 제니(우마 서먼)과 평범남 맷(루크 윌슨)이 사귀었다가 맞지 않아 헤어지고 나니…평범남은 옆에 진정한 사랑 한나(안나 패리스)가 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죠. 거기까진 좋은데 헤어진 여자친구가 하필 수퍼히어로니당하는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는 줄거리. 딱  이반 라이트만 방식이고 제 취향입니다. 뭐 로맨틱 코메디다운 얼렁뚱땅이있으나 그 정도면 전 만족합니다. 이반 라이트만은 감독경력이 30년을 넘어가는데 이 정도로 평균실력 유지하는 건 보통 아니라고보고요.

수퍼맨 패러디 장면 나올 줄 알았습니다.

[#M_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딱 제 취향이에요. (내용 결말까지 다 있습니다) | 글닫기 |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볼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어처구니없는 로맨틱 코메디가 가지는 이중의미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M_ 스미스 부부 얘기는… 흠 | (안 읽고 건너뛰셔도 됩니다 ^^;) | 스미스 부부같은 경우는 각자 소속된 조직이 엄마와 아빠이죠. 각자 여자 위주와 남자위주로 꾸며져 있다는 것도 뻔히 보이고요 – 그런데 전 그게 시댁과 친정으로 보이더라고요. 게다가 둘이 위기에 빠지는 계기도 어떤 쪼매난 놈 때문인데, 나이가 어리잖아요. 그건 아무리봐도 ‘아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고요. 나중에 둘이 그 모든 조직을 박살내는 것이 허무하기는 했지만 (전 그 두 조직의 대장끼리 신혼여행이라도 가나 했죠) 당사자들은 문제없는데 집안에서 난리치는 사이라면 집안과 연 끊어라,라는 메세지로 보여서 결말도 가배얍게 넘어갈 수 있었죠. 그리고 그 영화는 두 사람이 상담하는 걸로 시작해서 상담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들어간 모든 액션이 뻥튀기나 은유에 불과할 수도 있거든요. _M#] <겁나는 여친>은 말 그대로 수퍼 걸프렌드와 헤어지고 난 남자의 고충을 그리고 있죠. 여자가 정말로 뛰어난 것도 사실이고, 그 여자와 있을 때 좋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자기가 그 여자보다 못해서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둘이 맞지 않는다는 것 뿐이죠. 그런데도 일이 정말 꼬이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그 수퍼 걸프렌드는 능력에 맞게 사느라 인생에 치여살다 인생에 햇빛들었다했는데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G걸이 남자친구를 사귄지 오래 된 건 할 일이 너무 많아서이지 능력있으니 남자가 없는 그런 상황이 절대로 아니고요.자기 챙겨주는 사람에 지나치게 경도되는 게 결코 이상하지 않아요. 스파이더맨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모두가 공감하는 시대이다보니 G걸의 고충에 구구절절 설명 넣지 않아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코메디 성격상 G걸보다는 알고보니 G걸과 사귄 남자에 초점이 맞는 게 좀 더 좋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 중 하나는 딱히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따지기 힘든 상황인데 딱히 뒤집어씌울 악당도 없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런데도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악당이랍시고 등장하는 베리와 떨거지들의 행동은 진정으로 귀엽습니다. (특히 ‘여기 서 있어’와 ‘그럼 내 계획이 햄으로 보여?’ 장면이요) 유일하게 사악하게 등장하는 것이 베리의 계획입니다. 여자의 힘을 빼앗아 자기가 더 잘나겠다는 진정 찌질한 계획이었죠. (그런데 이 계획에 약간 문제는 있어 보였습니다. 우째 그 운석은 남자한테는 작용하는 거 같지가 않아요 -_-;;; 그리고 그 운석을 맞으면 여자들 외모가 좀 더 출중해지고 머리색도 변하는 걸로 봐서 운석이 마치 패션변신의 은유인가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에 포기하기도 했지만 베리의 진짜 목적은 힘을 뺏는게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걸 베리가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자기 속마음을 실천합니다. 왜 마지막 장면이 뜬금없이 패션 모델 나오는 데인지 좀 의아하긴 했지만, 공인된 악당인 베리가 언론 앞에서 쪽팔림을 무릅쓰고 자기 오류를 인정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은 그 유일한 사악함, 파괴적인 피해의식을 다 드러내는 것이죠. 개인 차원이 아니었어요. 더더구나 그걸 미화하는 것은 더욱 아니죠. 제니가 사랑한다며 왜 그렇게 날 해치려고 했어?라고 하는 말이 아마도 hurt 라는 단어였을 거에요. 그게 맞다면 더 이중함의가 살아납니다. G걸의 능력이 아니라 베리의 (안 어울리는데 맞는 용어를 못 찾겠어요. 제니가 베리한테 크나큰 상처를 줬죠) 합당한(?) 피해의식과 제니의 꽁해빠진 성격 때문에 둘이 지금까지 싸워왔다는 결론이 나오니까요.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상당히 귀엽습니다. 두 남자가 모두 여자들 겉옷과 핸드백 들고 기다리는 모습이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주는 자세와… -_-;;  얼마전 <스카이 하이>를 봐서 더 든 생각인데, G걸과 아직 이름모르는 걸의 관계가 영웅-조수 구도가 아니라는게 보여 좋았어요. 조수는 바로 두 여자의 남친들이죠. 그리고 그 장면 덕분에 맷이 제니와 헤어진 것이 제니가 능력있는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설득력이 강화되고요. 특히나 침대 장면. 한나도 제니와 똑같지만 맷이 그건 다 받아들이잖아요. 여자의 능력에 연연하지 않는 남자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더군요.


G걸 의상이 정해진 게 아니라 늘 갈아입고 나온다는 설정도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귀여운 초록색 미니스커트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나요? 그리고 한나도 의상 준비하고 있었다는 설정엔… 쓰러졌습니다. 누구나 힘이 있으면 쓰고 싶죠. ^^;

아름다우신 우마 서먼을 귀엽기만한 에디 이자드와 잘 되게 한 건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베리가 좀 더 매력적으로 나와줬으면 좀 생뚱맞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배우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껄떡군 본이 워낙 재수없는데 귀엽게 나와서(즉 실생활에서 만나면 절라 재수없지만 영화 안에서는 귀엽습니다) 약간 밀렸습니다. ^^;;;
_M#]

왜 갑자기 보고 올 생각을 했는가… 그냥 보고 싶다, 수준이었는데 글쎄 거기에 안나 패리스(무서운 영화 주인공) 나온다는 말에 출동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개봉관 시간표 보니 하루 사이에 역동적으로 변하더군요. 그래서 -_-;;;

추신: 엔드타이틀 만화처리한 거, 재미있습니다. 영화에서 더 이어지는 이야기니까 보고 나오세요. 중간에 잠깐화면 나오는데 그건 그냥 그렇고요. 껄떡군 본에게 좀 더 가능성을 열어줬으면 했거든요.

5 Responses

  1. 보자마자 워리누나 취향에 딱일듯한 생각이 들었어.^^ 아싸 나도봐야지.

  2. 저도 무척 즐겁게 본 영화입니다. 주변에 ‘유쾌해 지고 싶을 때 보러 가렴’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추천해주기 딱 좋은데 일주일 넘게 극장에 간판 붙이고 있을지 조금 걱정이에요.

  3. 엄청 늦게 덧글 답니다.; 베리의 계획은 애초부터 ‘ㅃ자’뿐이었지, ‘ㅃ어서 자기가 가지자’는 아니었지 않나요? 그게 둘 사이에 들어오고부터 관계가 틀어졌으니, 그걸 없애버려야겠어, 그런 마인드였던 것 같은데요.
    스포일러 누설 안 하려고 조심해 쓰긴 했는데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ㅡㅡ;;

    저도 마지막 신에 화장실 앞 모드가 정말 귀엽고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