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브레이킹 배드 시즌1 – 빈스 질리건과 얼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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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빈스 질리건이 만든 티비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를 봤습니다. 아, 빈스 질리건, 작품 하나 냈군요… ;ㅅ; 시즌1만 보긴 했지만, 지금 시즌4가 들어가는데도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여전히 잘 되는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을 브레이킹 배드를 보게 해 준 박박사에게 바침다. (읭?)

IMDB 링크
http://www.imdb.com/title/tt0903747/

시즌1 파일럿을 보니, 으허 ;ㅅ; 제작비 아까느라 저화질 화면에, 심지어 연출까지 자기가 했군요 ;ㅅ; 엑스파일에서 자기가 연출하고 그랬던 게 다 이유가 있군요. 크리스 카터부터 돈 아끼려고 극장판2는 자기가 만들지를 않나, 빈스 질리건 씨도…. ;ㅅ; 당신들 사랑한다긔요. 에피소드 3부터 고화질 제작한거 늦지만 이제사 축하드린다긔요.

(이어집니다)

“브레이킹 배드”를 보고 나니까, 어째 빈스 질리건의 특성이 하나 보이더라고요. 바로

고딩마인드 얼뜨기

입니다. -_-

대표적인 것이 엑스파일 시즌7의 지니 나오는 에피소드, ‘세가지 소원’이죠. 거기서 지니한테 소원빌던 두 총각 기억나시죠? 앤슨과 레슬리, 다들 소원 빌라니까 정말 멍청하다는 소리가 어울리는 말만 골라서 합니다. April Fool님도 지적하셨듯 덩치 큰 동생은 전동휠체어를 타면서 자기 다리가 불편하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할만큼 매사를 랄랄라 자세로 살죠. 매사를 ‘고딩 마인드’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둘, 정말 비명횡사를 한 게… 다 지들 업이긴 한데, 안되었죠.

시즌9의 그 띠리버리 총각도 그렇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시즌5의 ‘Bad Blood’에서 피자배달부 로니가 그랬죠. ㅋㅋㅋ 자기 정체성을 찾아서 고작 한다는게 영화 흉내나 내는 거였다니 말입니다. 하웰 보안관이 머리 싸잡은 이유가 다 있었던 거에요. 시즌 4 ‘꼬리달린 남자’의 에디도 그 전형이고요. 능력을 개발하자마자 여자 꼬시기에 전념을 다한 에디나, 투명인간 되자마자 여자들 놀래주려고 작당한 앤슨이나 정말 작작들 한다! 소리가 나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시즌3 ‘Pusher’의 푸셔도, 고딩마인드가 위험한 쪽으로 발화한 거죠. 로버트 위즈덴이 워낙 근사하게 연기를 해서 그렇지, 푸셔도 자기 능력 발견하자마자 ‘내는 닌자가 되겄어’하고 나섰거든요. OTL 평범하게 살다가 인생막장되자, 갑자기 미친놈 근성을 부리는 거죠.

“브레이킹 배드”에는 그런 고딩마인드의 인물 둘이 나옵니다. 하나는 완전 얼뜨기, 하나는 미친 면모를 과시하는 평범남이죠. 당연히 얼뜨기는 그 평범남 옆에서 미치고 펄쩍 뛸 상황에 놓입니다. 인생 막장에 이른 화학선생 월터 화이트와 짝을 졸지에 이룬 제시이지요. “브레이킹 배드”의 주인공 월터는 평범하기에 악의 소굴이 뭔지를 몰라서 더 막나갑니다. 제시는 그냥 잔챙이고, 잔챙이에 머무르는게 나은 건데, 그만 저 막장인생을 만나서 코가 꿰이죠.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 오른다고, 평범하게 살다가 쌓인 게 폭발하는 평범남이 평소 건들건들하는 양아치보다 더 무섭게 나옵니다. 월터가 벌이는 짓거리를 보자면, 기실 폐암은 방아쇠이고, 진짜 월터를 몰아붙이는 것은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입니다. 얼뜨기 양아치 제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자 자포자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월터는 미래가 없자 자포자기하고 어디든 부딛쳐 버리는 거죠.

사실 저는 월터보다도 제시의 좌충우돌이 좀 더 끌립니다. 월터가 벌이는 짓은 – 시즌1이니까 그렇지만 – 상당히 전형적이거든요. 특정 나이에 인생 분기점을 만들려고 한다는 플롯은 지나치게 많아요. “브레이킹 배드”가 그 설정이 진부해 보이지 않는 것은, 특이한 소재도 소재지만 주인공의 쇠퇴와 중산층의 몰락이 겹쳐있어서 그럴 거에요. 그러한 월터 옆에서 변죽을 올리고 양념을 치는 사람이 바로 제시죠.

중산층의 허상과 폭력을 결합하는 것은 이미 “소프라노스”에서 나왔습니다. 멀쩡한 중산층 아저씨가 알고보니 마피아라는 설정은, 중산층이란 계층 혹은 계급이 누군가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라고 대놓고 말하지요. 이제 그 피 빨아먹을 대상이 점점 줄어들자, 위기의식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그 위기의식을 위로 올리지 못하고 오히려 아래로, 더 약한 쪽을 찾아 나서서 무차별로 폭력을 휘두르지요.

“브레이킹 배드”에서는 중산층이라고 부르기엔 늦을 정도로, 이미 빈곤층으로 떨어진 가족이 등장합니다. “소프라노스”에선 그래도 겉보기론 중산층 번듯한 꼴이라도 있지만, 여기선 그것조차 아닙니다. 그래서, 월터의 주변 환경은 모두 다 삭막하기 그지없습니다. 아담한 정원도 없고, 눈요깃감 쭉빵언니도 없고, 현대화의 산물인 고속도로나 고가도로조차 황량하게 나옵니다. 오로지 볼만한 것은, 똑같이 황량하지만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사막일 뿐입니다.

“소프라노스”가 미국 중산층을 마피아에 비교했듯이, “브레이킹 배드”는 조폭과 가족을 병치합니다. 하지만, “브레이킹 배드”는 좀 더 식구들에 무게를 둡니다. 애시당초 조폭이란 낭만이나 우애 등이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게 우아하거나 처연하거나… 그런 거 없죠. 그거조차도 덜 큰 – 즉 고딩마인드에요. 그 고딩마인드가 폭력을 어디까지 행사하느냐의 문제인 거죠. 하지만 식구들과의 관계는 어린양을 떨 수가 없습니다. 그건 어른이 되어서가 아니라, 남과 나의 관계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적이기 때문이죠.

“소프라노스”가 멀쩡한 겉모습 아래 숨은 추함을 보여주다보니, 본의아니게 엄숙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력이 보여주는 먹이사슬을 재편하고 관조하다보니 처연함과 자기연민의 함정에 빠지기 쉬웠던 것이죠. 찌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 모습까지 찌질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로버트 패트릭 존경하와요… ;ㅅ; 당신 소프라노스에서 정말 찌질이 역 잘해서 내가 반했다긔) 그 찌질함을 상쇄하다보니 주인공의 무미건조함을 강조하고, 그러다가 엄숙성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최선인 경우가 많았죠.

“소프라노스”에 비해서 “브레이킹 배드”가 훨씬 삭막한데도 살짜쿵 유머를 잃지 않는 것은, 바로 그 견해차이에서 옵니다. 빈스 질리건은 최소한 막장에 이르더라도 남과 나의 관계를 인식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상태에선 그래도 삶의 의미가 1g이라도 생긴다고 봅니다. 몸 전체를 이루는 0.몇몇몇몇몇 퍼센트가 무엇일지 의견은 다를지라도, 그것이 무엇인가 같이 탐구하는데 동의하고 의견을 나눈다면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죠. Bad Blood에서 하웰 보안관이 말했듯, ‘초록은 동색’인 것을 아는 사람들끼리는 결국 약하든 아니든 연대하기 마련입니다. 그 모습이 아무리 우스워도 말이죠.

그 때문에, 정말 쌩무식하기 짝이 없는 투코의 모습이 무서운 것이죠. 일방향성이 무식함과 폭력이 결합하면, 그게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완전 파국으로 끝나는 것을 무덤덤하게 보여줍니다. 월터와 제시가 시즌1 끝에서 말은 안 하지만, 둘이서 서로 같은 것을 느낍니다. 그건 바로 둘은 서로의 관계가 사무적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둘이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라는 걸 알아서 그런 거죠.

다만 아쉽다면, 시즌1에서는 빈스 질리건이 엑스파일에서 보여줬던 유머가 보이지 않습니다. 외려 엑스파일에서나 했을 법한 하드고어(-_-)가 등장하고, 그게 웃기는 게 아니라 소름이 쫙 돋게 표현하더라고요. 사실, “브레이킹 배드”가 보여주는 미국 중산층이라는 게 소름돋는 외줄타기이죠. 밑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으려고 말 그대로 지인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몸을 굴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정말로 처절한 나머지, 소소한 유머가 끼어들 자리는 없어요. 다만 남은 것은 고딩마인드의 얼뜨기입니다.

뭐 배꼽잡고 웃기는 거 그런 걸 기대하고 본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예전에 질리건이 보여주었던 소소한 웃음이 촘 그립긴 해요.

6 Responses

  1. 1시즌 1화보고

    재미는 있는데 보고나면 월터아저씨 때문에
    진짜 기분이 확 다운되더군요…

    진짜 눈물이 앞을 가려요… T_T

  2. @지나가는엑파귀신 / 브레이킹 배드가 확실히 사람 기운 쪽 빼는데 일가견이 있긴 하죠 ;ㅅ; … 시즌이 진행되면서 좀 나아졌으면 싶어요.

  3. 이거 어둡다고 해서 매우 많이 보고 싶은데도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그래도 코미디 장르로 상 받은 줄 알았는데 유머가 없나 보군요. 질리건이 장기를 안 써먹고 있다니 제가 다 아까운데요.;; 전 유머러스하게 하고 싶어도 안 되는데OTL

    성공적으로 안착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근데요, (소심하게) 대문에서 예전 포스팅은 어떻게 찾아가나효…? recent posts 말고 차례대로 보려면요.^^;

    • @nightowl / 유머가 있긴 있는데, 그게 엑스파일에서 보던 깨알같은 유머가 아니라 으 허.. 허 … 어.. 흐.. -_-;; 이런 유머에요. ;;;;;; 시즌1이 일곱 편 밖에 안 되니, 시즌2나 3에서는 유머가 그래도 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게다가 시즌4에 슈내의 밥이 아저씨도 나온다니, 그 에피 보려고 쫓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OTL ;;;
      아.. 사실 지금도 뭘 어떻게 설정해야 어느 기능이 켜지는지 잘 모르고 있어요 OTL 예전 포스팅을 주로 뭘 통해서 가셨어요? 카테고리를 쓰는 방법도 있고, 일단 archieve를 아래에다 달았어요. 다운메뉴 말고 그냥 리스트로 했더니만, 백 줄 넘어갈 기세더라고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