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

왕의 남자 봤습니다… 거 재밌더만요!!! 영화 보고 나와서 쌀국수 기다리며 잠깐 후닥닥 그린 그림입니다. 전 영화 보고 나서 관심이 공길이나 장생이보다는 연산과 녹수 쪽에 더 쏠리더군요.

[#M_ 영화 내용이 약간씩 있습니다. 큼직한 스포일러는 없지만 그래도 영화를 곧이어 보실 분은 영화를 보시고서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 글닫기 |

[#M_ 영화 내내 ‘나 이영화 재미있게 봤다’하고 시침 뚝 떼고 화면구성을 하는게 나와서 매우 즐거웠답니다. (여기부터는 영화 보신 분들만 보세요) | 글닫기 |

영화 내내 ‘나 이영화 재미있게 봤다’하고 시침 뚝 떼고 화면구성을 하는게 나와서 매우 즐거웠답니다. 공길이를 곱상한 캐릭터로 설정한 것 자체부터 패왕별희였는데 아예 패왕별희 극을 흉내낸 극을 공연하더군요. 미모는 국영님이 더 고우셨으나 그래도 … 추억에 젖었답니다. 흑.

그리고, 연산이 말 그대로 녹수한테 ‘기어들어갈 때’… 손가락으로 문 ㅤㅎㅡㄾ는 거… ‘세 가지 색 블루’ 아닙니까? ^^;;; 여하튼 그런 장면 꽤 있잖아요. 동감에도 나오고…

쓰리 아미고 캐릭터는 언제 봐도 좋아요. 육갑 삼형제의 만담개그는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던 거 같습니다. 이야기도 정확하게 쓰리 아미고가 퇴장할 때 부터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같이 본 언니가 지적해줬지만, 이 이야기 안에 특별히 악역이 없다는 것도 더 상승효과를 준 것 같습니다. 연산도 나쁜놈 맞지만 악역은 아니었고, 공길을 죽이려던 신하들도 악역이라기보다는 명분에 목숨건 멍청한 놈들이었고요. 유일하게 제가 찾은 악역이 한 두어 명 있는데 그건 그야말로 ‘탐관오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희화된 무슨 판서하고, 나중 쿠데타를 일으키는 목소리 중후한(목소리 너무 좋던데요. 혹시 이 분 성우 아니십니까? 갑자기 극장 사운드가 좋아지더라는 -_-;;) 양반 두 사람. 쿠데타를 흡족하게 말타서 바라보는 장면이 마치 ‘제 5 공화국’에서 쿠데타를 흡족하게 지켜보는 장성같이 보이더만요.

악역 얘기를 하다보면 내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도대체 무슨 의도로 광대를 연산 앞에 내놓았는지, 왜 광대극의 수퍼바이저 혹은 매니저 혹은 제작총지휘(-_-)를 담당했는지 그 의중이 확실치가 않아요.

녹수 캐릭터 저 정말 좋았답니다. 연출도 좋았고요. 클릭 홀딱쇼 장면에서 마치 금방이라도 가슴 내놓을듯한 젖무덤 장면 연출에서도 아주 신중하고 좋았단 생각압니다. 그 장면에서 녹수를 구경거리로 만들어버리면 연산이 공길에게 눈길 뺏기는 것이 어그러졌을 거에요. 그 장면에서 시각적인 구경거리가 없이 나가고, 둘의 어화둥둥(-_-)이 이성애자 두명의 아주 건전한 섹스신임을 건전하게 보여줬기에, 공길을 향한 연산의 애정이 좀 더 모호해지고 단지 섹스 쪽으로만 쏠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사소한 구석에서 감동한 대목 있습니다. 연산이 자기 어머니 죽이는데 일조한 아니 조작했다고 봐도 무방한 엄귀인과 정귀인 장면이었어요. 이성대가리 상살한 연산이 엄귀인과 정귀인을 끌어내는데, 나자빠진 두 사람의 가채가 그냥 휙 달아나더군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게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전체적으로 큰 무리가 없는데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마음에 남다보니… 2006년 베스트 영화에 미리 올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

추신 1 : 거.. 공길이 인형극에 쓰던 그 ‘피겨’ -_-;; 그 손가락 인형 어디서 안 팔까요? 사 모으고 싶어요 T_T

추신 2 : 의상 너무 좋아요. 때깔 너무 좋아요. 어흑. DVD 살래요.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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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Responses

  1. 이미 연극은 두번이나 봤는데 연극도 독특. 원작의 힘 대단.
    왕의 남자는 해외 나가서 상은 받아줘야 하는 거 아닌지.

  2. 작품이 잘 나오다보니 아쉬운 게 점점 더 보이기 시작하고, 욕심이 더 나더군. 좀 더 구수한 재담을 듣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고 앵앵대는 감우성과 (물론 공길이도 마찬가지지만) 단조롭던 장녹수의 연기도 좀 아쉽던데.. 그 중 연산은 정말 흠잡을데가 없군.
    연극의 연산도 굉장히 말투가 특이한데, 물론 공길이도 연극에서는 연출의 의도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말투가 특이함. 말투인지 대사톤인지..아무튼.

  3. 그 목소리 좋으신 분 윤주상(최근작은 달콤한 스파이의 서장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4. * 스포일러! *

    김처선의 의도는 그와 연산의 마지막 대사에서도 나왔던 것 같아요, “소인이 광대들을 궁에 들인 것은…” 하고.
    “정말 그런 것까지 법도에 있단 말이오?”하는 왕께서 어진 성군으로 변하시기를 바라고 풍자극을 프로듀스했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함께 네 번째 왕을 모십시다.”는 제안을 받는 비극적인 상황을 불러오게 되자, 겨우 광대를 들인 것에 무슨 뜻이 있었겠냐는 회한이 담긴 답을 하고서 자결한 것 같다, 저는 그렇게 봤습니다.

    어느 블로그에 삭제장면을 정리해놨더군요. http://blog.naver.com/gyodoso/80020832595 왕의 남자라는 코드를 자제한 것도 말씀대로 연산->공길을 모호하게 해서 더 좋은 결과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5. 즐거운 글에 우울한 척하는 글 걸었습니다.^^;
    어쨌거나 전 세상의 광대들이 몽땅 다 좋습니다.^^

  6. 악역이 없다 하니 생각나는것이. 내멋대로해라. 한 손이 없는 형사마저도 정감이 가던. 아…
    그외에도 청춘폭력만화들이 악역이 없죠. 결국은 다 친구가 되는. 드래곤볼도 비슷했던거 같고. ㅎㅎ